40mm, 한없이 애매한 화각의 매력

35mm 필름 환산 35mm 와 50mm 렌즈는 이른바 ‘표준 렌즈’ 라고 불린다. 여러 역사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실제로는 43mm(35mm 필름의 대각선길이)가 1:1 표준렌즈 초점거리이며, 이에 가까울수록 실제로 보이는 원근감과 비슷하다. 흔히 쓰이는 렌즈 중 이에 가장 근접한 것이 35mm와 50mm인 것이다.

파나소닉 20mm/f1.7 렌즈는 환산 40mm로 35mm와 50mm 사이의 애매한 화각을 갖고 있다. 마이크로포서드 센서의 대각선 길이가 21.64mm이므로, 마포 단렌즈 중에서는 가장 1:1에 가까운 렌즈인 것이다 - 카메라 위치에 눈을 가져가면 보이는 피사체의 크기와 가장 흡사하다는 의미이다. 그게 좋은 것인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다. 실제로 찍어보면 뭔가 애매하다. 넓게 찍히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좁게 찍히는 것도 아닌 어중간한 화각인지라, 35mm 처럼 찍으려면 한발 뒤로 물러나야 하고, 50mm 처럼 찍으려면 한발 앞으로 다가가야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면, 단렌즈 하나만으로 못 찍을 게 없어질 것 같다. 피사체와 꽤 근접해도 35mm 처럼 왜곡이 심하지는 않아서 들이대도 괜찮다. 그렇다고 50mm 처럼 화각이 답답하지도 않아서, 한발만 물러나면 확 넓어진다. 써보면 35mm 와 50mm 를 렌즈 하나로 커버할 수도 있겠다고 느낄 것이다.

40mm 화각이 불편할 때는, 바짝 붙어서 찍을 만큼 친밀하지는 않은 사람의 인물 포트레이트를 찍을 때이다. (이럴 때야말로 50mm 가 아쉽다.) 카메라가 가까이 붙으면 찍히는 사람은 불편하게 느끼기 마련인데, 포트레이트 정도로 프레임을 채우다 보면 대략 1.3~1.5m까지는 다가가야 한다. 피사체가 사람이라면 꽤 부담스러워하는 거리이다. 이런 경우 나는 종종 조금 더 멀리서 찍고 나중에 크롭하는 방법을 쓴다. (20.7 렌즈는 선예도가 좋은 편이라, 크롭해도 디테일이 어느정도 살아 있다)
반대로 연인이나 부부, 가족이라면 이것은 장점이 되기도 한다. 광각렌즈보다는 왜곡이 덜하면서 망원보다는 훨씬 가까이에서 찍을 수 있으니까.

아, 또 하나 단점이 있다. 쓰다보면 35mm나 50mm 렌즈를 써보고 싶어진다는 것.

20.7 스냅 한장.

Portrait, E-P5,20mm/f1.7